관세청은 어떤 일을 하나요? 라는 질문에 가장 일반적인 답변은 수입되는 물품에 관세를 부과·징수해서 국가재정수입을 확보하며 수출입 물품의 통관이 적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여 대외무역질서를 확립시키는 일을 한다는 대답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세관, 출입국, 검역(CIQ:Custom·Immigration·Quarantine)기관과 같은 종합법 집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민간해상활동지는 어디였을까요? 통일신라때 설치된 청해진(淸海鎭:지금의 완도)이랍니다.
이런 청해진을 설치해 동아시아 해상무역질서를 주도한 인물을 소개하겠습니다. 당시 동아시아 세계를 주도했던 당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을 때, 신라의 민간해상무역을 장악하며 동아시아 해상무역질서를 주도한 인물은 장보고였습니다. 장보고의 해상활동은 사무역(민간해상무역)활동이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보다는 신라를 대표하는 무역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고 짐작한다고 하네요. 동아시아 해상무역질서를 주도한 장보고의 이야기로 선조들의 해상무역 그 역사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1신안해저선에서 발견된 화물꼬리표. 장보고의 교관선에도 청해진에서 발급하는 화물표가 있지 않았을까 추정.
장보고는 일찍이 당나라 서주로 건너가 무령군 소장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당시엔 골품제의 제약으로 신라사회에서 이탈해 새로운 삶을 개척하러 해외로 진출한 신라인들이 산둥반도와 그 밑의 양쯔강 지역에 모여 일종의 코리안 타운인 ‘신라방’을 이루며 살았습니다.
그는 그곳에 법화원이라는 사찰을 지어 물품교류의 본부로 사용하고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했습니다. 흥덕왕에게 허락받은 약 1만의 잘 훈련된 자신의 정규군으로 별도의 준비기간 없이 청해진을 중심으로 활발한 해상활동을 전개했지요.
청해진의 설치는 등주, 양주, 초주 등지에 분산되어 있던신라 무역상들을 하나의 교역망으로 만들어 당, 신라, 일본 사이의 교역을 지배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사진2 14세기의 신안해저선에서 발견된 인장처럼 당시 청해진에서도 공식적인장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
장보고는 ‘교관선(交關船)’이라는 배로 중국과 일본에 왕래하면서 중개무역의 이익을 독점하기도 했습니다. 당에는 견당매물사, 일본에는 회역사라는 무역사절을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절단의 파견은 장보고의 무역이 개인적 성격의 무역을 떠나신라를 대표하는 무역이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지요.
장보고가 교관선에 발급하는 사찰이나 문건은 당의 신라소를 통해 주자사나 절도사의 승인을 얻었답니다. 일본이 장보고와 거래하고자 할 때, 장보고가 발급하는 사찰이나 인증문서의 형식에 따랐다는 것으로도 당이나 일본의 정부 승인 하에 활동했던 증거로 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 지역의 해상권을 장악한 장보고는 당이나 일본의 선박으로부터 통행세를 거두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장보고의 영향력 아래 산둥반도의 신라관이 입당사신 및 상인들에 대한 입출국수속의 기능까지 수행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이런 점으로 봤을 때 청해진은 오늘날 세관, 출입국, 검역(CIQ)기관과 같은 종합법 집행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짐작합니다. 통행세를 거두었다는 점은 우리나라 관세의 기원이 된다고 추측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답니다.
장보고가 청해진 대사직을 수여받고 청해진의 구성이 병마사 등 군사조직의 형태를 갖춘 것은 청해진 설치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안정적인 교역망의 유지, 관리였기 때문입니다. 청해진이 수행했던 해상교통의 안전은 통일신라의 악화된 재정을 회복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답니다.
청해진의 역할이 현대의 관세청과 같은 기능을 수행했다는 점이 놀랍지 않나요? 이런 청해진도 장보고가 신라중앙정계에 관여하면서 피살되고 나서는 폐쇄되었습니다. 그 뒤 신라가 구축한 동아시아의 해상교역망은 막을 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해진의 역할을 생각하면 그 먼 옛날에 오늘날의 관세청 기능을 했던 곳이 폐쇄되어 역사 속에만 존재하게 되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828년에 설치된 청해진과 같은 고대로부터 이어온 세관의 정신이 오늘날로 이어져 왔기에 조국의 경제발전과 변화하는 세계의 WTO, FTA 시대 속에서 관세청이 제 몫을 다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참고서적
<세관의 역사 한눈에 꿰뚫어 보기> 이대복 지음
<큰별쌤 최태성의 한눈에 사로잡는 한국사> 최태성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