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화공약품전문가가 해외 사이트를 개설해 샴푸 등으로 위장한 물뽕 원료물질을 판매하다 적발이 됐습니다. 서울본부세관 조사관실에 따르면, 이 사람은 흔히 물뽕이라고 하는 GHB를 제조할 수 있는 마약류 원료물질을 국제우편 등으로 밀수출한 혐의라고 하는데요. 4년간 763회, 총 4,764kg나 판매했다고 합니다.
밀수출된 원료물질의 국제우편 송장
GHB(ɤ-Hydroxybutyric acid)는 향정의약품 마약류로, '물뽕'이라고 불리며 “데이트 강간약” 또는 “파티마약”으로도 불립니다. 판매된 원료물질은 감마부티롤락톤(GBL)과 1.4-부탄디올(BD)인데요, 물뽕 제조를 할 수 있는 물질들입니다. 심지어 GBL과 BD는 그 자체로도 물뽕과 동일한 효과가 있어 거래가 엄격히 제한되는 화학물질입니다.
특송과 국제우편으로 밀수출한 양으로 ‘물뽕’ 21톤, 즉 5천억 상당을 제조할 수 있는데 이 양은 7백만 명이 동시 투약 가능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합니다. 너무 엄청난 양이라 상상이 되지 않네요.
자동차 세척제로 위장된 GBL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 밀수출을 했던 것일까요?
우선, 미국에 판매 사이트와 대금결제 계정을 개설하고, GBL과 BD를 소량으로 나누어 해외 개인 구매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판매해왔습니다.
원료물질을 수출하려면 관련 부처로부터 수출입업자 허가와 수출할 때마다 승인을 받아 세관장에게 수출 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절차를 거쳤을 리가 없죠. 그는 세관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수출품명을 GBL과 BD가 아닌, 샴푸, 린스, 산업용세척제, 화장품, 섬유유연제 등으로 위장했으며, 운송장과 상업송장,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 화학물질에 대한 물질안전보건 보고서) 역시 허위로 작성했다고 합니다.
샴푸와 린스로 위장된 GBL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우편물 발송인 성명, 주소 및 전화번호 역시 허위로 기재하고, 대금 결제도 자금추적이 어려운 해외 페이팔 계정과 전자화폐로 거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합니다.
관세청은 마약류 원료물질 밀수출과 관련하여 미국 마약단속청(DEA) 등 해외세관에 국제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마약류 원료물질에 대해 수입․생산부터 거래 단계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정보 분석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마약단속기관과 정보교류를 활성화 해 마약물질의 불법거래를 사전에 차단할 계획입니다.
마약류 원료물질 소분 도구와 마약류 원료물질 소분 공병
기사 제공 : 서울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