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거래와 같은 국제거래는 국내거래와 비교하여 원거리의 거래당사자에 의하여 비교적 장기간에 걸친 이행이 이루어지므로 거래와 관련한 불가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국제거래에서는 이러한 불가항력에 대비하여 불가항력조항의 중요성이 커지므로 관련계약서에 불가항력조항을 삽입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불가항력조항과 관련된 몇 가지 유의점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불가항력이란 막연한 개념으로, 기본적으로 신의 영역이라 생각되어 온 천재지변(Act of God)에 기본을 두고 있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전쟁이나 파업과 같은 인간의 행위 및 정전이나 기계고장과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사태까지 포함하여 당사자가 통제 및 관리할 수 없는 사태를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 당사자 스스로가 초래한 사태, 즉, 당사자가 원인을 제공한 사태는 불가항력에서 제외됩니다. 화재는 불가항력이지만 당사자가 불을 지른 방화의 경우 불가항력이 아닙니다. 대안이 있는 경우도 불가항력에 해당되지 않는데요. 예를 들면, 해상운송을 하고자 했으나 해운업계에 파업이 발생한 경우 항공운송이 가능하다면 이는 불가항력이 아닙니다. 따라서 불가항력이란 당사자에게 책임이 없는 사태에 의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도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해지는 경우에 국한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약이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계약법의 제1원칙이라 할 수 있고, 계약은 지켜지게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며 당사자는 계약에서 정한 대로 이행할 의무가 있고 불이행하는 경우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서 불가항력조항은 왜 필요한 것일까요.
불가항력으로 당사자가 이행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그 이행을 강요한다면 오히려 불합리한 것이고 당사자를 더욱 곤란한 지경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진으로 공장이 파괴된 사람에게 공장파괴로 공급하지 못한 제품으로 인한 피해까지 보상하도록 한다면 자립 의지까지 밟아버릴 수 있는 가혹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불가항력조항은 계약당사자에게 불가항력으로 인한 계약불이행에 대해서만 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여 계약이행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불가항력이 발생된 이후의 이행의무는 면제되나, 불가항력이 발생하기 이전의 의무와 책임관계는 유효하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선적일이 11월 30일이고 파업은 12월 10일에 발생했을 경우 선적불이행에 대하여 수출상은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불가항력조항을 설정할 때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불가항력조항을 계약에 삽입할 때의 문제점은 구체적인 불가항력조항의 내용입니다.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모든 사태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모호한 방식으로 설정하면 특정사안에 대하여 당사자간에 불가항력조항의 적용 여부에 관하여 분쟁이 발생할 수 있어 불가항력조항을 넣은 것이 무의미해집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불가항력조항은 "A, B, C 또는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태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와 같은 방식을 취하게 되는데, 해석의 논란을 없애기 위하여 국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원칙은 동종문언의 원칙입니다.
동종문언의 원칙이란 불가항력조항은 불가항력임을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예시와 그 유사사태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다소 엄격한 해석이 이루어지므로 거래당사자가 불가항력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불가항력조항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거래의 전후사정을 고려하여 그 거래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불가항력사태를 모두 예시하거나 최소한 대표적인 불가항력만이라도 예시하여 불가항력조항의 적용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간의 무역에서 3, 4월에 이행이 되는 경우 태풍을 불가항력조항에 넣을 필요는 없으나 7, 8월이 계약기간이라면 태풍을 불가항력조항에 넣어야 할 것이며, 중동지역과 무역을 한다면 전쟁이나 테러를 불가항력에 포함시켜야 하고,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해적을 불가항력에 넣어야 당사자 간에 논란 없이 불가항력조항에 따라 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기사 제공 : 서울세관 조사국 외환조사3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