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있었던 제5차 규제 장관회의가 있었습니다. 그 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 장애가 되는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바이오, 항공우주, 자율자동차, 드론, 사물인터넷(ICT), 헬스케어 등 유망 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것에 중점을 두고 사회 전반 분야에 걸쳐 규제개혁을 추진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대외수출은 2015년에 5,267억 불, 경제 성장률은 2.6%로 하락하여 다소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침체한 내수 및 대외 경제의 활력 회복을 위해 신산업을 경쟁력 있는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개척과 금융 지원도 중요하지만, 생산, 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원재료 수입 및 제품 수출 과정에서 시간, 물류비용을 절감한다면 수출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글로벌 환경이 바뀌면서 우리나라 신성장 산업도 변화하고 전통 주력산업의 부진을 겪으면서 보세공장 제도 정비가 필요해졌습니다. 40년 만에 보세공장제도를 개선하게 된 것입니다.
보세공장제도는 외국에서 수입한 원료를 세금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하게 하여 기업의 자금부담을 줄여주고 가공무역에 힘을 실어주는 제도입니다. 현재 반도체, 조선, 기계, 전자, LCD 등 대부분의 수출 주력산업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세공장을 통한 수출액은 2015년 1,673억 불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31.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세계 7위의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보세공장제도가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세공장제도는 1949년에 도입이 되었는데요. 1970년대 공업화로 기계, 조선 등 전통산업 위주로 설계되는 바람에 바이오 의약품과 같은 신개념의 생산 공정은 기존의 보세공장 제도로 수용하도록 지원하기에 한계가 컸습니다. 또한 엄격한 보세공장 특허 여건은 중소기업이 외국 기업으로부터 검사 등 작업을 수주할 때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사진1 보세공장제도를 추진하게 된 배경
보세공장제도가 수출산업을 지원해야 하는데 과세 보류 상태인 보세화물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탓에 물류비용이 발생해 수출기업을 제대로 돕지 못 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었습니다.
이에 관세청은 지역세관, 민간 협회와 업체와 힘을 합쳐 민관합동규제개선 T/F을 구성하여 운영하였습니다. 거제, 창원, 인천 등 전국의 주요 보세공장 소재지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최대한 담아 개선대책을 마련하였습니다. 거기다 개선과제 대부분을 법률 개정 없이 시행령, 고시, 개정 등 정부 내 조치로 신속히 추진하여 경제 활성화의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규제개혁을 통해 달라진 점 몇 가지를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이전에는 제조공정에서 수출품에 결합하거나 소모되지 않은 물품인 반도체 품질 검사용 반도체나 바이오 의약품 제조용 대조군 등과 같은 물품은 보세공장 원재료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이것들을 제조공정에 사용하려면 관세 등을 내고 완제품을 수출했다가 추후에 관세 등을 환급받아야 하는 비용 부담과 불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규제개혁으로 수출 물품 제조, 가공 및 유사 공정에 필수적으로 투입되는 물품이라면 제조공정에서 소모되지 않아도 보세공장 원재료로 인정하는 등, IT, BT 신 수출산업 원재료 지원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IT 검사 전문업체 16곳은 연 360억 원의 물류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고, BT 업체 5개사에서는 5,000억 원의 매출증가와 연 1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공업 보세공장 작업 절차도 간소화하였는데요. 해양플랜트, 조선업 등은 발주처의 인수 연기 같은 문제가 생기면 장기간 보세공장 외 보관이 필요하게 됩니다. 허가 기간은 2년, 보세 운송 기간은 7일로 제한이 있어서 많은 물류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일시 보관 허가 기간은 3년으로 연장하고 보세공장 외 일시 보관 장소로 물품 이동할 때의 보세운송 기간을 폐지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산업군은 외주작업이 일반적인데도 외주작업을 2곳 이상의 작업장에서 하면 작업장별 작업 허가와 이동할 때의 보세운송 승인절차가 필요했는데요. 역시 규제개혁으로 작업장 간 보세운송 절차가 생략되었습니다. 이로써 보세공장 작업 공간 부족난 해소와 보세공장 외주작업 효율화 지원을 하게 되어 년 889억 원의 물류비용과 11억 원의 행정 비용절감이 기대됩니다.
사진2 보세공장 장외작업 반출입절차 간소화 (출처= 관세청)
보세공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물류기능도 강화되었습니다. 보세공장에서 해외 현지 공장으로 부품, 반제품을 비롯하여 제조, 가공한 후 국내로 재반입하는 물품과 보세공장 내 기업 부설 연구소 사용 물품은 보세공장으로 직접 반입이 불가하여 수입통관을 거쳐야 하거나 보세화물 보관을 위한 별도의 창고를 운영해야 했습니다.
개선하여 보세공장으로 반입할 수 있는 물품을 확대하고 보세공장 내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물품을 보세공장으로 직접 반입하도록 허용하는 등 글로벌 물류 및 연구개발 지원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이것으로 연간 56억 원의 물류비용이 절감될 것입니다.
사진3 보세공장제도 규제혁신으로 기대되는 효과
이번 규제 혁신을 통해 관세청은 9,266억 원 매출증대와 1,400억 원 비용절감 등 총 1조 666억 원의 경제적 효과와 2,69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발목 잡아 약화하는 보세공장제도 규제를 40년 만에 개혁함으로써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고 수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점이 가장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