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공항에서 세금 환급받으라는데?”
“왜? 전에는 바르셀로나에서 바로 받았잖아?”
“그때는 스페인만 여행했고 이번에는 헬싱키를 경유해서 들어오잖아.
같은 유럽 연합국일 때는 스페인에서 세금 환급 증명서에 스탬프만 받고 세금 환급은 경유지인 헬싱키에서 받는 거래.”
여러 국가를 여행하거나 경유해서 돌아올 때는 세금 환급을 받는 방법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당혹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헬싱키 공항의 어떤 곳에서도 환급 받는 곳을 친절하게 안내해 둔 곳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겨우 물어물어 찾아간 환급 받는 곳에는 ‘더는 이곳에서는 세금 환급을 하지 않는다’는 프린트된 용지의 간단한 공지문뿐이었습니다.
어쩔 줄 몰라 서 있는데 금발의 외국인 남자도 저처럼 멍하니 서 있는 게 보였습니다. 세금 환급 증명서에 도장 찍힌 서류와 영수증을 들고서 말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상황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그야말로 동서양이 하나가 되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세금 환급을 포기하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정해진 탑승구로 향할 때였습니다. 면세점이 많은 곳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그 구석 한 귀퉁이에서 세금 환급처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처럼 못 찾아 이용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는지 줄이 길지 않아, 얼마 기다리지 않고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한 번 우리나라 공항만큼 체계적이고 친절한 곳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 알아두어야 할 부분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유럽을 여행할 때의 세금 환급, 어떻게 받으면 될지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세금 환급(Tax Refund)이 무엇인지부터 알고 가야겠지요. 우리가 사는 물건에는 부가세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부가세가 존재합니다.여행객의 경우 해외에서 물건을 산 후 본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를수출로 간주하여 면세를 해주게 됩니다. 그러기에 이 부가세에 대한 세금을 환급받는 것이 세금 환급이랍니다.
여행객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 여행 중에 구매한 물품의 일정액에 대한 부가세를 되돌려주는 ‘외국인 대상 세금 환급제’인 것이지요. 외국인 대상 세금환급 제도를 운용하는 각 국가는 부가세 환급을 받으려는 해외 여행자들의 최소 구매 금액 및 최대 환불 금액에 제한을 두고 있으니 꼭 점검해야 합니다.
[세금 환급 매장인지 확인해야 하는 마크]
환급을 받을 때 알아야 할 세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요.
첫째, 물건을 살 매장이 세금 환급이 가능한 매장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물품을 계산하며 세금 환급 증명서(Tax Refund cheque)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셋째, 한 상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했을 경우에만 환급이 가능합니다. 일반 매장이나 아울렛 같은 단일 매장들은 매장에서 구매 즉시 세금 환급 증명서를 줍니다. 백화점의 경우 구매한 영수증을 모아 세금 환급 증명서(Tax Refund cheque)를 따로 요구해야 합니다. 세금 환급 증명서에는 날짜, 이름, 여권 번호, 제품정보, 가격, 환급받을 금액, 환급받는 방법(카드/현금) 등이 기재되어있습니다.
가맹점에서 영수증 및 환급 증명서를 챙겼다면 출국할 때 항공사 카운터로 가서 체크인하고 탑승 패스를 받습니다. 체크인 할 때 수하물은 부치지 마세요. 외국 세관에 구매물품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혹은 직원에게 세금 환급을 한다고 하면 수하물에 꼬리표(claim tag)를 붙이고 구매 물품 확인 후 따로 수하물을 부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탑승 패스와 여권, 세금환급 증명서, 구매 품목을 세관원에게 보여준 후 세금 환급 증명서에 스탬프를 받습니다.
여기서 잠깐, 여행객이 많은 시기에는 환급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항에 여유 있게 가셔야 편하실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시간에 쫓겨 환급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ㅜㅜ
국내에서도 세금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여러 세금 환급 대행사 중 Global Refund사의 세금 환급 증명서에 한해 국내제휴사(하나은행)에서 부가세 환급이 가능합니다.
‘Premier tax free’ 또는 ‘cash back’ 등 기타 대행사의 환급 증명서를 소지한 여행자라면 해외 현지에서 환급 신청하는 게 유리합니다. 국내에서 환급받을 경우 외국 세관 확인 도장 유효기간이 국가별로 최소 30일에서 최대 6개월 등으로 한정되어있으니 점검하셔야 합니다.
스탬프 받은 세금 환급 증명서를 주면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돌려받거나 신용카드로 돌려받는 방법, 수표로 받는 방법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로 돌려받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카드로 환급받을 경우 수수료는 붙지 않고 카드와 연결된 계좌로 1~2개월 뒤 전액 입금됩니다. 스탬프를 받은 서류를 물품 살 때 받은 봉투 안에 잘 넣어서 공항 내에 있는 우체통에 넣으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 국가를 여행할 땐 세금 환급을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U(유럽 연합)에 가입된 국가만 여행했다면마지막 도시의 국가에서 세금 환급을 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들어갔다가 파리를 들러 관광 후 이탈리아로 나오는 경우, 모든 국가가 유럽 연합에 가입되어있기 때문에 마지막 국가인 이탈리아에서 세금 환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비행기가 이탈리아에서 파리를 경유해서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라면 세금 환급 증명서에 스탬프를 받는 건 이탈리아지만 세금 환급은 마지막 경유지인 파리에서 받아야 합니다.
유럽 연합국 이외의 나라는 각각의 나라에서 세금 환급을 신청하셔야 합니다. 만약 스페인 여행 후 스위스를 거쳐 독일을 여행하고 돌아온다면, 스위스가 유럽 연합국이 아니므로 스페인, 스위스, 독일 각각의 나라에서 환급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유럽 여행 중에 비유럽 연합 국가를 경유할 때는 세금 환급에 유의해야 합니다.
즐거운 여행을 하고 나서 현명하게 세금 환급까지 잘 활용해서 받는다면 즐거움은 배가되고 당신은 현명한 구매자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해외에서의 무분별한 소비는 삼가야 한다는 건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