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전쟁? 아니, 기업과 관세전쟁이라고 하면 맞을까요? 이번엔 부산경남본부세관을 들러, 각종 세관행정에서 발생하는 불복과 소송을 다루는 심사총괄과 쟁송전담팀을 찾아갔습니다.
취재 요청을 드리는 저를 진명봉-이창호 관세행정관두 분께서 도와주셨는데, 너무나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때로는 공격을, 때로는 방어를 통해 소송을 승리로 이끄는 승소의 달인 두 분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Q _ 쟁송전담팀의 업무를 알려주세요.
A _ 2012년에 시작된 쟁송전담팀은, 부산경남의 관세행정 상 소송이라든지 심판, 심사, 청구, 불복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법원에 소송변론을 나가기도 합니다.
Q _소송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어떤 때인가요?
A _심사관실에서 기업심사라고 하는 업체심사를 합니다. 과세가격을 적정하게 수입신고 했는지 등을 심사하지요. 만일 올바르게 신고하지 않았다면 세관에서는 부과고지와 추징을 합니다. 업체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직접, 혹은 변호사를 통하여 조세심판원이나 법원에 불복 청구를 하겠지요? 그러면 세관에서 대응을 해야 합니다.
Q _과세 처분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A _수입자가 수입 후 통관을 거쳐 과세가격의 적정성에 대해 심사받았는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불복하면 쟁송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세관에서 처리한 대로 과세를 할지 말지가 결정되는 거죠. 수입자가 이기면 세금을 돌려주고, 세관이 이기면 처분이 유지됩니다.
과세부과 처분을 할 때의 기준이 되는 사유는 크게 4가지라고 합니다.
그럼 승소사례를 통해 쟁송전담팀이 어떤 일들을 하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죠?
그 전에 질문 하나! 이것은 오토바이 일까요? 자동차일까요?
유원지나 캠핑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것의 정체는 ATV입니다. ATV란 ‘ALL-Terrain Vehicle’의 약자로, ‘어느 지형에서든 주행이 가능한 탈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ATV와 관련하여 쟁송이 벌어졌었는데요. 참고로 이 쟁송은 AVT의 개별소비세의 부과를 다루었던 사건이라, 위 표에서 보았던 과세처분 사유 4에 해당하는 건입니다.
* 개별소비세는 특정물품이나 특정장소에서 소비하는 비용에 부과하는 간접세로, 오토바이의 경우 125CC를 넘어가면 부과된다고 합니다.
시작은 2009년에 자동차 관리 시행규칙이 바뀌면서, 과거 이륜자동차(오토바이)로 구분이 안 되어있던 ATV가 개별소비세 부과 대상으로 바뀌면서부터입니다. 세관에서는 업체에게 ATV가 개별소비세 대상임을 고지하고, 관련 세금을 추징하였습니다. 업체는 세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죠.
-ATV는 이륜자동차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
업체는 ATV를 차라고 주장을 했다가. 나중엔 법이 개정될 때 제대로 고지를 받지 못했다며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까지 간 재판에서 부산세관이 승소를 하면서 이 결과는 ATV와 관련된 최초 승소사례가 되었습니다.
대법원 승소사례를 만들어 놓으니 그 이후부터는 이견 없이 처분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아주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정말 멋지지 않나요?
이와 같이 선례가 없던 사건의 판례를 만들어가며, 부과처분의 근거를 확립해 나가는 것이 쟁송전담팀의 역할인거죠~^^
끝으로 두 분께, 법을 다루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여쭤봤습니다.
“저희를 ‘소송수행자’라고 하는데 소송수행자란, 세관과 같은 관공서에서는 매번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직접 법률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불복을 제기하는 원고들은 보통 대형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하기 때문에 대응을 하려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연구도 많이 해야 되고, 법 공부 역시 많이 해야 합니다. 거기다 단일 분야가 아니고 세관행정 전반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복 소송을 다뤄야해서, 자료수집이나 서류검토 시간이 길어져 체력적으로 힘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승소하게 되면 성취감이 들고 보람을 느끼죠.”
세관공무원이 변호인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물론,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곳에서도 사회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말이 있듯이 세관업무 최후의 단계를 맡고 있는 쟁송전담팀의 프로답고 멋진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취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