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출입사무소 내 있는 안내표지판. 이곳에서 북한의 개성까지는 채 10km도 되지 않는다.
국내 유일의 육로 통관사무소인 이곳은 우리나라의 접경지를 지키고 있는 최종 관문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죠. 그만큼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가까우면서도 먼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출발해 자유로를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창밖 풍경은 높이 솟은 건물에서 철책선이 나부낀 임진강으로 뒤바뀌어있습니다. 그렇게 다시 얼마를 가다보면 문득, '개성 24km'라고 쓰여진 도로 안내판이 보이는데,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개성을 향하는 표지판이 있는 것을 본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코 끝이 찡해지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북이 이렇게 가까웠나'라고 느껴지기도 하죠.
그런 감성에 젖어있을 찰나, 통일대교 앞에 우뚝 서 있는 검문 초소를 보노라면 우리나라 땅임에도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신분증까지 맡겨야 한다는 사실에 분담의 씁쓸함이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통일대교만 넘어가면 정말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평화로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쭉 뻗은 도로를 1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도라산역과 경의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는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한가로운 모습입니다.
◆…서울에서 70km를 달려 도착한 남북출입사무소. 이곳에 도착하면 주차장에 '남북출입사무소'란 푯말이 제일 먼저 반긴다. 경의선도로출입사무소라고 쓰여있는 건물에는 남북교류를 위해 통일부와 관세청, 법무부, 복지부 등에서 파견나온 120명의 직원이 매일 같이 접경지역을 지키고 있다.
"남북관계 악화됐지만…육로 교역은 활발"
일 평균 출입 인원은 884명, 차량은 495대입니다. 남북관계가 악화됐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하루 동안 남북을 오가는 인원과 차량이 많은 편인데, 지난해와 비교하면 출입경 인원과 차량은 10% 가량 늘어났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2010년 박왕자 씨 피살 사건으로 촉발된 5·24 조치로 모든 남북교역이 중단됐지만 개성공단만큼은 남북의 합의로 우리나라 123개 업체가 공장을 가동 중에 있습니다.
◆…북에서 내려오는 우리나라 차량들. 오전에는 원자재를 싣고 북으로 갔다가 오후에는 제조품을 싣고 남으로 내려온다. 저 차량들은 모두 게이트에서 심사를 받아야만 입경할 수 있다.
대개 오전에는 남한에서 원자재를 가지고 북한으로 올라가면 오후에는 제조된 물품을 가지고 다시 남한으로 내려오는 구조로 보통 북한을 드나들 때는 해외 출입국과 달리 국내로 보고 출입경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첫 출경시간인 오전 8시30분과 오전 9시가 통관사무소가 제일 바쁜 시간. 원자재를 실은 차량이 가장 많이 올라가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오후에는 우리나라로 다시 들어오려는 차량 때문에 사무소가 바빠지는데, 오전 11시5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매 30분마다 평균 40대의 차량이 남으로 들어옵니다. 이렇게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출경은 12회, 입경은 11회로 정해진 시간에만 차량과 사람이 드나듭니다.
◆…북에서 내려온 차량들. 북의 요청으로 북한을 드나드는 차량은 하얀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사진 上) 차량들은 북에서 내려오자마자 바로 입경하지 않고 게이트 앞에 멈춰서 북한 번호판을 떼어낸다. 운전자들이 차량 앞뒤 번호판을 떼어내고 있다..(사진 下)
'매의 눈' 관세 지킴이…"당신의 '신발사이즈'까지 알고 있다"
화물차량이 북에서 남으로 줄지어 들어오는 광경을 보다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나다. 입경을 하는 차량들이 들어오다 갑자기 멈춰서더니 차에서 내려 앞뒤 번호판을 모두 떼어버리는데, 하얀색 번호판을 떼고 나면 그 밑에는 초록색인 우리나라 번호판이 있습니다. 이들이 북에서 내려올 때 달고 있는 번호판은 하얀 바탕에 네자리의 숫자가 쓰여있는 것으로 이는 바로 북한의 번호판. 이 차량들은 운전석 쪽에 붉은 깃발도 달려있는데 이것 모두 북에서 요구한 것이라고 합니다.
번호판을 뗀 차량들은 줄지어 출입경게이트를 빠져나가면 완전히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혹 밀수가 의심되는 차량들은 컨테이너화물검사센터로 가 엑스레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화물 차량 한대가 완전히 들어갈 수 있는 이 센터는 차량이 들어가면 엑스레이로 찍어 사무소 직원이 이를 판독해 밀수 의심이 가면 직접 화물을 열어봅니다. 보통 하루에 적으면 8~9대, 많으면 12~13대를 검사하는데, 이 장비는 100억원이나 하는 고가인만큼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센터에서 화물 차량에 엑스레이 방사선을 투과해 그 데이터를 영상으로 바꿔 모니터로 보내주면 모니터에서는 화물의 평면 영상과 함께 그 물건이 실제 몇 센티미터인지까지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알려주게 됩니다.
엑스레이 영상에서 통관 직원들이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이 '밀도'인데 입경하는 화물차량은 개성공단에서 제조되는 물건을 가져오기 때문에 같은 물건이 대부분으로 만약 물건의 밀도가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물건을 가지고 왔다는 얘기가 됩니다.
◆…화물차 한 대가 온전히 들어갈 수 있는 '컨테이너화물검사센터'. 과거에는 화물차량 한 대당 3~4시간의 검색시간이 소요됐지만 이제는 10분이면 검색이 끝난다.(사진 上). 이 센터에서 5년 동안 근무한 설명호 반장이 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래 모니터에 뜬 것이 화물의 엑스레이 영상이며 판독 직원들은 밀도 차이가 나는 곳을 의심해 밀수품을 잡아낸다. 옆에 있는 모니터들은 혹시 사용하던 모니터가 고장났을 경우를 대비해 갖다놓은 것이다.(사진 下) "운전자 제외하고 모두 내려서 입경하세요" 차량 운전자를 제외하고는 차에 타고 있던 동승자들은 무조건 하차해 출입경 심사대를 거쳐야 합니다. 해외로 드나들 때 공항의 출입국 심사대를 거쳐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출경을 할 때는 '남북한 왕래자 세관 신고서'를 작성, 기본 인적사항과 방문 목적 등을 적고, 국헌 문란과 국가 안보를 해하는 물품을 소지했는지, 동식물과 과일 채소류를 가지고 반출하는지, 1만달러 이상의 외화를 소지했는지 여부 등을 신고해야 합니다. 특이하게도 국가 안보를 해칠만한 물건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우리나라의 신문은 북한으로 가져갈 수 없는데, 이는 북한의 요청 때문이라고 합니다. 신고서를 작성한 후에는 통관 직원의 안내를 받아 검색대로 이동, 휴대물품과 간단한 몸 검색을 받은 뒤 북으로 가는 차량에 탑승하면 됩니다. 반대로 입경을 하는 경우에는 출경 때와 마찬가지로 운전자를 제외한 동승자는 모두 내려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입경을 할 때는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는 조류 인플루엔자 등의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몸에 이상이 있다면 곧바로 신고해야 합니다. ◆…북으로 가기 위한 출경장. 이 문으로 들어가면 출경 검색대가 있으며 소지한 휴대품을 검사받아야 한다. 입출경 시간이 아닐 때는 이곳이 한가하다(사진 左) 입경하는 모습은 공항과 별반 차이가 없다.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한 후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사진 右) 반입 물건 중에 북한산 물건 등이 있다면 이것도 신고해야 합니다. 북한 개성공단에도 우리나라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면세점이 있는데, 만약 300달러가 넘는 물품을 구매했다면 세금을 물어야 하며, 한 사람 당 1회 300달러 이내로 1년에 최대 4회까지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간혹가다 들쭉술을 몰래 가지고 들어오다 통관에 걸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경우 세금을 내면 이를 우리나라로 가져갈 수 있지만 대개는 북에 다시 두고 온다고 합니+ +다. 출입사무소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대개 일회성이 아니라 업무차, 자주 드나들기 때문에 다음에 북한에 갈 때 그 술을 마시면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북한산 비아그라, 도서류, 뱀술, 령정술(물개로 만든 술) 등도 반입이 금지된다. ◆…입경할 때 북한의 도서류와 비아그라, 뱀술, 령정술은 가지고 들어오지 못한다. 북한의 들쭉술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 간혹 몰래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는데 이럴 경우, 해외에서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세금을 내면 된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 고스란히 세관에 빼앗기게 된다. 만약, 들쭉술을 사고 싶었는데 북한에서 사오지 못했다면 남북출입사무소 2층에 있는 북한상품전문점에서 구매해도 된다. 이곳에는 들쭉술 외에 인삼술, 안풍술, 금강홍삼술 등 다양한 술이 있으며 북한산 취나물과 된장, 간장 등도 구매가 가능하다. "이른 출근시간 힘들지만…자부심만은 최고" 도라산 사무소를 든든하게 지키는 통관 지킴이들 덕분에 출입경을 하는 업체들과 사람들은 편하게 왕래를 하지만, 직원들은 매일 아침 출근하느라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첫 출경시간인 8시30분을 맞추기 위해선 8시에는 출입경게이트를 열어야 하는데, 북한으로 가려는 차량들이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산 마두역에서 도라산 출입사무소로 가는 출근버스는 매일 오전 7시 출발하고, 일산에 사는 직원들은 다행이지만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5시50분에 집에서 나와 마두역으로 간 뒤 출근버스를 타야되기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도라산 통관사무소가 관세청에서 기피 근무지 1호로 꼽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가...^^;; 때문에 보통은 1년을 주기로 해서 순환근무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지원자가 잘 없어 1년을 넘겨 근무하는 직원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매일 같이 만원 지하철에서 사람에 치이고 차에 치이다가 출근해 빌딩숲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과 함께하는 업무가 이제는 삶의 여유를 찾아줬다는 것이 직원들의 전언입니다. 젊은 직원들은 사람도 없고 조용한 환경에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늘 맑은 공기에 자연을 바라보며 일하는 것에 적응한다며, 조기출근 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남북 갈등이 고조됐든 아니든, 누군가는 이 자리를 지키고 근무를 한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원문출처: '도라산' 최전방 관세 지킴이들…"여긴 우리가 지킨다" / 조세일보(이희정)
http://www.joseilbo.com/news/htmls/2013/03/201303151749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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