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또는 어이없는 일을 당했을 때 '기막힌다'라는 말을 하듯 화병은 일종의 스트레스 적체현상으로 반복적으로 오랫동안 속상한 일을 참고 있으면 기가 순환되지 않고 막혀서 뭉치는 기울증이 되고 심화가 쌓이면서 생깁니다. 화병은 남성이 약 20%, 여성이 약 80%에 해당될 정도로 여성에게 많습니다. 주로 장기간의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 40대 후반에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때가 갱년기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와 일치해 단순히 갱년기 증상으로 오인될 때도 있습니다. 한 가지 원인보다는 몇 가지 원인이 복합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화병은 환자 자신이 원인에 대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질병과 다릅니다.
화병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가족 내 갈등이 가장 많은데, 그중에서도 배우자와의 갈등이 많고 다음이 시부모와의 갈등, 자녀문제 등입니다. 억울함과 분함이 많은 경우를 차지하고 이와 더불어 걱정-미움-불안-후회-우울-놀람-한맺힘 순으로 감정을 가지게 되며 그 양성도 복잡해 4~5개 이상의 감정을 동시에 갖습니다.
일단 울화가 치밀게 되면 심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육신의 병도 함께 부릅니다. 분노나 억울함, 스트레스 등 화를 조장하는 감정이 지나치게 쌓이면 심화가 쌓여 흉중의 기 순환을 방해하고, 담을 형성하여 경락의 기 흐름을 방해해 여러 증상을 동반하게 됩니다. 또 몸안의 기운과 찬 기운이 서로 적당한 균형을 맞추어 체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러한 균형이 깨져 열이 위로 뜨면 질병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균형이 깨져 열이 위로 뜨면 질병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심화가 쌓이면 위로 솟구치는 열 기운 때문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 열감입니다. 따라서 얼굴이나 가슴으로 열이 치받치고 충혈이 생기며 두통이나 가슴답답함, 어지럼증 등 주로 가슴 위쪽에 자각증상이 나타납니다. 또 화는 불의 성질을 가지고 잇어 불은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성질이 있는데 이 불을 끄는 것이 물입니다.
그런데 불 기운이 너무 왕성하면 물 기운인 혈액이나 체액 등 잔액을 다 말리기 때문에 입이 바짝 마르고 가슴속이 달면서 답답하고 몸이 편치 못하며 팔다리를 안정시키지 못하는 번조증이 생겨 괴롭고 성이 잘 납니다. 게다가 속을 태우면 애간장이 탄다는 말이 있듯이 화를 내고 울분을 삭이지 못해 심화가 뜨면 인간의 노한 감정을 주관하는 간장이 열을 받아 간장이 성할 리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허로 손상을 입게 되어 상호 유기적인 관계에 있는 장부와 기혈 모두 온전하지 못하게 되어 전신열감, 소화장애, 식욕부진, 전신 저림증이나 무거움, 통증, 시력장애, 귀울림, 구역감, 작은 한숨 등 온몸에 여러 가지 복합증상을 동반하게 됩니다.
예로부터 마음에서 생긴 병은 마음으로 고쳐야 한다고 했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평소 녹차나 대나무 잎인 죽엽을 차로 끓여 마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화가 맺히면 가슴과 가슴 양족 유두 사이에 있는 전중혈을 누르면 아픈데, 아프더라고 이곳을 손으로 눌러 풀어주면 좋습니다.
화병의 증상을 개인적인 신경정신적 문제, 또는 성격의 문제로 방치해 두면 병으로 발전하여 각종 신경증, 고질적인 불면, 우울, 심장신경증 이외에도 고혈압.중풍.협심증.중풍 같은 순환계질환, 내분비계질환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므로 단순히 넘어갈 문제는 아닙니다. 화병의 치료에는 명약이 없습니다. 약에만 의존하고 마음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합니다. 약보다는 속마음을 주변에 털어놓아 마음을 가볍게 하면서 마음을 다부지게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사랑이 가득 담긴 대화와 이해로 환자를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