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자 진단으로 유전성 질환을 확인해 미리 유방을 절제한 일이 큰 화제였습니다. 유전자를 이용해 극미량의 혈흔이나 체액으로 범죄자를 찾아내거나 친자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를 검사하는 일은 더는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습니다. 이런 유전자 분석이 '부산세관 분석실'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관세율표를 보면 제0105호에 "닭[갈루스 도메스티쿠스 종으로 인정한다]"라고 특정종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03류 대부분 어류가 특정 종에 한해 해당 호에 분류하는데 언급한 종이 아닐 때는 품목분류를 달리하여 세율 차가 날 때도 있어 종 판별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분석실에서는 201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분석 의뢰한 수산물의 전량에 대해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부산세관 분석실 홈페이지: http://www.cusana.go.kr/renewal/
분석실, 자갈치시장 되는 날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후 냉동 넙치는 쿼터 물량에 한해 관세가 기존 10%에서 0%로 낮춰집니다. 이 때문에 쿼터 물량 초과 전 통관하려는 수입업체들이 부산항에 넙치를 들여놓고 대기할 정도입니다. 하루 만에 수입쿼터 1년 치 물량이 전량 수입돼 유전자 분석 의뢰가 들어 있는데, 실험실에 냉동넙치가 산더미처럼 쌓여 흡사 자갈치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샘플 채취만으로 하루가 금방 지나가지만, 생선 비린내는 쉽게 가시질 않습니다.
말린 문어 다리의 불편한 진실
오징어를 유전자 분석하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것이 대왕오징어입니다. 의뢰한 시료는 절단한 일부 살인데 그 두께가 4~5cm로 실제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대왕오징어 사진을 보면 흡사 전설 속 바다괴물인 크라켄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 커다란 오징어를 많은 사람이 즐겨 먹고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모릅니다.
대왕오징어는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쓰임새가 부위별로 다르며 판매도 부위별로 따로 이루어집니다. 몸통은 조미오징어 원료로, 지느러미는 젓갈 재료로, 다리는 튀김용이나 문어 다리 대용으로 팔립니다. 극장 앞에서 흔히 파는 '말린 문어 다리'도 사실은 대왕오징어 다리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원산지 판별이 가능할까?
분석실에서 원산지를 판별할 수 있는지 자주 문의전화를 받는데 과연 유전자 분석으로 원산지를 알 수 있을까? 유전자 분석은 정확히 말하면 '종 판별'로 어떤 종인지 판단할 수는 있으나 원산지가 어디인지를 해당 종이 주로 서식하는 지역적 분포를 자세히 따져봐야 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분석결과 A라는 어종으로 나왔는데 A어종이 B와 C지역에 둘 다 서식하고 있다면 원산지가 어디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역적 개체군종이 다르다면 그 원산지를 예측할 수 있는데 그 예로 최근 분석을 의뢰한 킹크랩이 있습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인 비누아투로부터 수입한 킹크랩의 분석의뢰가 들어왔는 데 유전자 분석결과 Red King Crab 종에 해당하는 게임을 확인했습니다. 이 종은 남태평양이 아닌 북태평양 러시아 베링 해에서 서식하는 게로 외관상 구분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원산지를 위장 신고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마이크로미터의 중요성
유전자 분석은 굉장히 까다롭고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실험입니다. 공장마다 여러 가지 시약이 순서대로 들어가야 하며 그 또한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주입합니다. 마이크로미터는 미터의 100만 분의 일에 해당하는 단위입니다. 미세한 점 하나의 양으로 유전자 분석결과 좌우할 수 있기에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실험입니다. 유전자 분석뿐만 아니라 분석실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 실험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야근도 잦고, 온종일 실험실과 사무실을 오가며 분석해도 해답 없는 난관에 봉착할 때가 잦습니다. 그럴때마다 분석실 직원 다 같이 의논하고 토의해서 최선의 결과를 내려고 합니다. 끊임없는 작은 시도가 세상을 변화하게 하듯이 'world best 부산세관'을 만들려는 분석실의 실험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
![저작자 표시](http://i1.daumcdn.net/cfs.tistory/v/0/static/admin/editor/ccl_black01.png)
![비영리](http://i1.daumcdn.net/cfs.tistory/v/0/static/admin/editor/ccl_black02.png)
![변경 금지](http://i1.daumcdn.net/cfs.tistory/v/0/static/admin/editor/ccl_black03.png)
'소통의 문 > 생활속 세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선물 유전자 X파일, '말린문어다리의 불편한 진실' (0) | 2013/11/14 |
---|---|
컨테이너 속 내용물? '차랑형이동검색기'만 있으면 문제없어 (0) | 2013/11/04 |
군산 최고의 명물, "군산세관 옛 청사" (0) | 2013/10/28 |
우리는 청렴활동 페이스북으로 한다 (0) | 2013/06/18 |
해외에서 구입한 프라모델, 관세는 어떻게 적용될까? (0) | 2013/05/27 |
우리에겐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감시과 24시' (0) | 2013/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