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거제도에서도 남쪽에 있는 장승포 항은 조선소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평범하고 작은 어촌이었습니다. 이 작은 마을은 일본과 가까이 있어 맑은 날이면 대마도가 보일 정도입니다. 그로 인해 당시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밀수가 이루어졌습니다.
장승포항에서 배로 약 30분 정도 떨어진 지심도를 찾아 전 세관직원을 만나 뵙고, 그때 그 시절 밀수단속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당시 지심도 세관초소의 모습>
지심도를, 그리고 세관초소 자리를 좀 더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동영상 ↓↓↓
처음 근무를 시작한 때는 1960년대였는데, 세관에서 수입인지를 붙이고 타이핑하는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당시 월급은 쌀 한 가마니 정도였다고 해요. 후에 시험을 보고 정식으로 들어오게 되었답니다.
<지심도와 매물도 세관초소 지도>
일본을 오가는 배에서 밀수가 성행하여 장승포세관(지금의 경남남부세관)에서는 근처에 있는 두 섬인지심도와 매물도에 세관초소를 세웠습니다. 이 두 곳에서 배를 감지하고, 장승포항으로 들어오는 배를 인도하여 통관한 것이었죠.
지심도 세관초소에서 근무했던 당시에는 9명의 세관직원이 섬에 머무르며 24시간 밀수단속 업무를 했다고 합니다. 동떨어진 섬이었기 때문에 초소 안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했는데 조카가 배를 타고 와서 밥만 해주고 갔다고 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기름을 가져오는 일이었다는데, 차도 없었고 제대로 난 길도 없었던 터라 세관 감시정이 해안에 내려준 기름을 섬 위의 초소까지 리어카를 끌어 옮겨야만 했다고 합니다.
<부표를 띄우는 밀수수법>
당시에는 어떤 밀수수법이 있었을까요?
첫 번째로는입항하기 전 바다에 부표를 띄워놓고 그 아래에 밀수품을 숨겨놓는 수법이었습니다. 밀수품을 숨겨놓은 후에 입항하고, 나중에 그 물건들을 가져오는 수법이었지요. 이 수법의 경우는 사전정보를 포착하여 적발했다고 하네요.
<작은 배를 대 밀수품을 옮기는 수법>
두 번째로는 밤에 입항하며 사전에 모의해 준비한 작은 배에 밀수품을 옮겨놓는 수법입니다. 지금처럼 휴대폰도 없었던 시절이라 서로 연락이 맞지 않으면 실패하기 쉬웠는데요. 두 세관 감시초소에서 레이더와 망원경으로 접안하는 것을 포착하여 적발했다고 합니다.
지심도 감시초소에서 근무했을 당시, 한번은 레이더가 고장 난 날이었답니다. 공교롭게도 가장 잠이 오는 새벽 2~3시를 노린 밀수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배를 대는 것을 발견하여 잡았지만,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무인도에 밀수품을 숨기는 밀수수법>
세 번째로는 밀수품을 무인도에 숨겨놓는 방법이 있었다고 합니다. 장승포항 앞바다에는 많은 섬이 있는데요. 그 중 무인도에 몰래 밀수품을 숨겨놓고 입항한 후에 다시 그 물건을 가져오는 방식이었습니다. 첫 번째 수법과 마찬가지로 사전정보를 포착하여 적발했다네요.
<전 세관직원에게 이야기를 듣는 모습>
그 때는 국민에게 밀수가 생소한 개념이어서, 목격을 해도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잘 몰랐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들어온 배가 일본 물건이 가득 싣고 오는 것을 보고 세관이 아니라 경찰서에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고 해요.
전처럼 몰래 바다나 섬, 배 안에 숨기거나 배를 대는 방식 대신 오늘날에는 새로운 방식의 밀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후 자가 사용으로 관세를 면제받거나 해외직구를 통해 들여온 물품을 인터넷에 되파는 행위 등이 그런 것이죠.
절대 해서도 안 되고, 타인의 그런 행위를 발견하게 되면 국번 없이 125, 또는 관세청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신고해야 하겠습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변화해가는 밀수수법! 관세청은 오늘도 밀수단속을 위해 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