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가드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우리말로는 '긴급수입제한조치'라고도 합니다. 특정 상품 수입이 급증하여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 예상되는 경우, 수입국에서 관세를 인상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여 수입 물품에 대해 규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이프가드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제 19조에 규정되어 있는데요, 이는 공정무역관행에 의한 정당한 수입을 지향하는 GATT 협정을 위반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면책 조항'이라고도 불립니다. 따라서 반덤핑이나 상계 관세 등의 다른 불공정무역 규제 제도보다 발동요건이 훨씬 엄격합니다.
WTO(세계무역기구)에도 세이프가드 협정이 있는데요, 이 협정에서는 수출국에게 협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적절한 보상을 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수출국이 협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수출국이 수입국에게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되어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세이프가드와 관련하여 무역분쟁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바로 2000년 한중 마늘파동입니다.
2000년 6월, 중국산 마늘 수입량이 급증하여 국내 마늘 농가에 직접적인 피해가 오자 우리나라는 중국산 얼린 마늘에 대한 관세를 30%에서 315%로 인상하였습니다.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것이죠. 수입 시 관세가 어마어마하게 붙게 되니 당연히 중국산 마늘 가격이 급등하였고, 중국산 얼린 마늘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마늘을 수출하며 사업을 확장하던 중국의 많은 마늘 농가들이 파산에 이르렀습니다.
세이프가드 발동 일주일 뒤, 중국 정부는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거부한다는 보복 조치를 발표합니다. 당시 중국산 마늘 수입 규모는 약 1천만 달러 미만,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출 규모는 약 5억 달러였습니다. 이와 같은 보복조치는 국제 규정에 어긋난 것이지만, 당시 중국이 WTO 회원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소나 중재를 요청할 수도 없었습니다. 수입액의 5~6배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게 된 우리나라는 한 달 뒤 베이징 협상에서 중국에게 백기를 들고 맙니다.
'마늘협상안'의 내용은 중국은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중단을 해제하고, 우리나라는 3년간 매년 3만 2000~3만 5000kg의 중국산 마늘을 약 30~50%의 낮은 관세율로 사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입하기로 한 물량을 모두 수입하지 않았다는 중국의 주장으로 재협상을 통해 소진되지 않은 분량은 정부가 모두 매입하는 것으로 협상이 타결되었습니다.
무역장벽 하나로 이렇게 큰 무역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 다들 잘 보셨나요?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취지의 세이프가드이지만,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발동요건이 더 엄격한 것이 아닐까요?
실제 사례로 알아보는 무역 용어! 다음 기사에서는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