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학 중인 '파충류 마니아' A씨는 최근 키우던 이구아나 때문에 고민이 생겼다. 비자만료 기간이 임박, 빨리 한국에 들어가야 하지만 이구아나에 대한 검역서류를 떼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한테 이구아나를 맡기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모두 기숙사에 살아 그마저도 어려웠다. 그냥 무작정 이구아나를 미국에 두고 가자니 버리고 가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마냥 검역서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비자가 만료되면 불법체류자가 될 수도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던 A씨는 결국 이구아나를 가방 안에 몰래 숨겨서 한국에 들어가기로 했다. A씨는 이를 즉각 실행에 옮겼고 미국에서는 출국에 무사히 성공했다. 문제는 인천공항에서의 통관이었다. 실물모형의 이구아나 인형까지 사서 가방에 넣어둔 것을 상기시킨 A씨는 걸리면 이구아나를 인형이라고 속일 참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A씨의 이구아나는 가방은 엑스레이 검색대에서 딱 걸렸고 A씨는 키우던 이구아나를 급하게 데려올 수밖에 없던 사정을 얘기하며 호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천공항 지하에 있는 동물병원에 가서 검역서류를 떼오겠다고 사정까지 했다. 하지만 세관 직원들은 몰래 들여온 동물은 모두 불법으로 간주해 국내로는 절대 들일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만약 국내로 반입했다가 전염병이 퍼지면 큰일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세관은 살아있는밀수동물이 적발되면 어떤 목적으로 들여왔든 모두 압수해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전 국립수의과학검역원)로 보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세관으로부터 받은 동물에 대해 검역 절차를 거쳐 합격과 불합격 판정을 내리는데,밀수동물은 검역증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불합격 판정을 내립니다. 실제로는 이 동물이 조류독감 등 아무런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검역 불합격 판정을 내리는 것이죠.
불합격 판정을 받은 살아있는 동물들에 대해선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주인(화물주인)에게 통보, 이를 해당국가로 반송할 것인지 폐기 혹은 소각처리를 할 것인지 의사를 묻게 됩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살아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해당국가로 반송하지만 판매목적으로 들인 뱀이나 앵무새 등의 경우에는 반송하는 운송료 등을 감안해 화주가 폐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다만 멸종위기 동물은 우리나라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서 검역을 한 뒤, 환경부로 넘기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검역과정에서 죽거나, 검역에서 합격판정을 받더라도 밀수입한 동물이기 때문에 처리방법이 마땅치 않아 폐기되는 일이 다반사. 세관에서 압수한 물건들은 필요한 사람들이 사가게끔 하는데, 동물은 살아있다는 이유로 죽이는 것은 불합리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도 모든 동물들을 다 보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희귀동물이나 멸종위기 동물만이라도 동물원에 기증을 했으면 좋겠으면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오지 않도록 여행자들도 사랑하는 반려 동물을 위한 배려가 꼭 필요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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